지난 2021년 11월 요소수 공급부족으로 전국의 경유 차 운전자뿐만 아니라 주유소들도 큰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요소수 공급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면서 사태는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대란 당시 요소수를 수입한 업체들이 재고 처리를 위해 제조기준 적합 표시가 없는 제품을 주유소에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요소수는 자동차 첨가제와 함께 주유소가 취급하는 대표적인 상품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 2021년 11월 급작스러운 중국의 비료 원료 수출통제로 이른바 ‘요소수 대란’이 발생하면서 주유소업계도 함께 고통을 겪었다.

다행히도 요소수 대란은 장기화되지는 않았다. 문제는 요소수 대란 이후 요소수 판매 브랜드가 기존 60여 개에서 1,000개에 달하는 수준으로 늘어나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났다는 점이다. 판매 업체의 급증과 동시에 불량 요소수가 유통되며 피해 사례는 속출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도 브랜드 파워가 없는 제품에 대해 불신하기 시작했고 믿을 수 있는 요소수만 구매하는 행태가 나타났다. 결국 요소수 대란 당시 시장에 뛰어든 수입 업체들은 과다한 재고를 떠안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업체들은 어떻게든 재고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요소수를 헐값으로 풀기 시작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수도권대기환경청은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22년 11월부터 주유소를 방문하며 위법 사항이 발생했는지 조사하기도 했다.

경기도 평택시 A 주유소 대표는 “요소수 조사를 진행한다면서 두 명의 공무원이 요소수 보관 창고를 확인하고 갔다”며 “다행히 요소수로 인한 과태료는 부과되지 않았지만 급작스러운 방문에 주유소를 마치 불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조기준 적합 표시 여부’ 확인 필요

최근 3년간 확인된 불량 요소수 판매량은 340만ℓ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요소수 사용량인 60만ℓ보다 무려 5배 높은 양이다. 지난 해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불량 요소수 판매로 적발된 사례는 모두 46건으로 총 338만ℓ가 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요소수 대란 이후 인증기관의 제품사전인증시험검사 건수가 늘었고 부적합 판정도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요소수를 국내에 유통하고 판매하기 위해서는 국립환경과학원 등 5개 인증기관에서 제품사전인증시험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환경부 대기환경청에서는 「대기환경보전법」 제74조제5항 규정에 따라 시중에 유통되는 자동차 요소수(촉매제)의 품질을 조사해 제조 기준 적합 여부와 준수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점검 결과 같은법 제74조제1항에 따라 제조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요소수 업체를 환경부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수도권대기환경청도 부적합 판정 제품이 증가한 점을 고려해 주유소가 판매에 부적합한 요소수를 취급하는지 별도로 조사에 나섰다.

당연히 주유소도 요소수 판매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주유소 경영자가 알아야 할 것은 ‘제품의 용기 포장 면에 제조기준 적합 표시 여부 확인’ 항목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다. 요소수는 주유소에서 10ℓ 개별 포장으로 판매한다. 또한 주유소에 설치된 요소수 주입기를 통해서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10ℓ 개별 포장 제품이나 주입기를 통해 파는 요소수에도 모두 관련 표시 내용이 필수적으로 기재돼야 한다. 정상적인 판매 제품이라면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별표 33의 첨가제 제조기준에 맞게 제조된 제품임’이라는 기재 항목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